설날 한복 문화, 왜 입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설날 아침이 밝아오면 아이들의 눈망울은 유난히 초롱초롱해집니다. 어른들에게 공손히 절을 올리고 난 뒤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 순간, 바로 세뱃돈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일 년 중 가장 큰 수입원이 되는 이 문화는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의 명절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을까요. 단순히 현금을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해 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세뱃돈 문화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풍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중국에는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주는 홍바오 문화가 있는데 이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자녀에게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주며 잡귀를 쫓고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이를 압세전이라 부르는데 여기서 압세는 세월을 누른다는 뜻과 함께 나쁜 기운을 막아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오토시다마라는 풍습이 존재합니다. 본래는 신에게 바쳤던 떡을 나누어 주는 것에서 시작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떡 대신 물건이나 돈을 주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이처럼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아랫사람에게 무언가를 나누어 주는 행위가 공통된 정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돈을 주고받았을까요. 조선 시대의 문헌을 살펴보면 본래 우리 조상들은 설날에 세배하러 온 아이들에게 돈 대신 먹을거리를 내어주었습니다. 떡이나 과일 그리고 곶감 같은 귀한 음식을 손에 쥐여 주며 덕담을 건네는 것이 전통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현금으로 세뱃돈을 주는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개항기 이후 신문물이 들어오고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부터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현대적인 화폐 제도가 정착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물건보다는 간편하고 실용적인 현금이 선호되기 시작했습니다. 떡이나 과일은 보관과 이동이 불편하지만 현금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일천구백육십년대와 칠십년대를 거치며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세뱃돈은 완전히 현금 위주로 고착화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십 원이나 백 원짜리 지폐가 주로 오갔으나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 단위가 커지면서 오늘날에는 만 원권과 오만 원권이 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세뱃돈을 단순히 용돈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속에 담긴 의미가 꽤 깊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돈을 주는 행위는 복을 나누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는 복을 짓고 복을 받는다는 말을 즐겨 사용했는데 새해 첫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건네는 돈은 물질적인 가치 이상의 축복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설날이 다가오면 은행 창구는 신권을 교환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헌 돈보다는 빳빳한 새 지폐에 정성을 담아 주어야 받는 사람도 그 기운을 받아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권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돈을 깨끗하게 다려서라도 주는 것이 우리네 정서였습니다.
매년 설날이면 어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적정 액수입니다. 물가는 오르고 아이들의 눈높이도 높아지다 보니 얼마를 주어야 서로 부담 없고 기분 좋을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명확한 정답은 없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암묵적인 기준이 존재합니다.
최근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남녀가 생각하는 적정 세뱃돈 금액은 초등학생 삼만 원 중학생 오만 원 고등학생 및 대학생 십만 원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수치일 뿐 각 가정의 형편과 상황에 맞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리해서 많이 주는 것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건네는 정성이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뱃돈을 주고받는 풍경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온 가족이 모여 직접 절을 하고 봉투를 주고받는 모습이 여전히 정겹지만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간편 결제 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모바일 송금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핀테크 앱을 통해 세뱃돈을 보내는 것이 흉이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지 못하는 조카나 손주들에게 이모티콘과 함께 용돈을 보내면 센스 있는 어른으로 대접받기도 합니다. 봉투 이미지가 그려진 모바일 송금 기능을 활용하면 직접 주는 것 못지않은 기분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주식이나 펀드 같은 금융 상품을 세뱃돈 대신 선물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경제 관념을 심어주고 장기적인 투자의 가치를 알려주려는 부모들의 교육 철학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단순히 쓰고 없어지는 현금보다 미래를 위한 씨앗 자산을 선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세뱃돈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예절이 필요한 문화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최소한의 격식을 갖출 때 그 의미가 더욱 빛납니다.
세배는 절을 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어른의 안녕을 묻고 새해 인사를 드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절을 하고 나서 바로 돈을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기보다는 어른의 덕담을 경청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어른 또한 세뱃돈을 매개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세뱃돈은 화폐라는 수단을 빌려 가족 간의 사랑과 정을 확인하는 매개체입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 속에 담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헤아릴 때 비로소 진정한 설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설에는 두툼한 돈 봉투도 좋지만 진심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로 가족의 온기를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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